악보, 음반 소개 (1) - 아뉴스 데이 AGNUS DEI
아뉴스 데이 AGNUS DEI
* 음반
연주단체 : 옥스퍼드 뉴 컬리지 합창단 THE CHOIR OF NEW COLLEGE, OXFORD
지휘자 : 에드워드 히긴버텀 EDWARD HIGGINBOTTOM
녹음 : 아뉴스 데이 - 1996. 1. 6 / 1996. 4. 11
: 아뉴스 데이 2 - 1998. 1. 9
제작사 : Erato Disques S. A., Paris, France
* 해설
1. BARBER - Agnus Dei (현을 위한 아다지오 - 하느님의 어린양)
사무엘 바버 (1910-1981)의 걸작 <현을 위한 아다지오>(1936)를 작곡가 자신이 편곡한 성악곡이다.
<아다지오>는 대단히 강렬한 클라리맥스를 향해 상승하는 그 격렬한 표현만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그것을 성악곡으로 편곡한 <아뉴스 데이> 역시 그 명성을 함께 누려도 좋을 만큼 탁월한 곡이다.
여기서 보컬은 그 음역에서뿐 아니라 표현력에 있어서도 목소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이 곡의 감정적인 호소력을 한층 높여주는 수단이 된다.
이 곡은 근세기의 음악이면서도 초기음악의 개념과 테크닉에서 적잖은 영감을 얻어 쓰고 있다.
이를테면 이 곡의 서로 뒤섞인 멜리스마적인 선율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썼던
대위법 스타일을 (심지어 르네상스 시대의 '알라 브레베'에 해당하는 지시어까지도) 떠오르게 한다.
반면에 화성적 어법에 있어서는 후기 낭만파의 화려함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하고도 이색적인 혼용은 바버의 <아뉴스 데이>를 20세기의 가장 감동적인 성악곡의 하나로 만들어 준다.
2. FAURE - Cantique de Jean Racine 라신느 찬가
포레의 풍부한 이디엄은 이미 활동 초기부터 형성된 것인데 <라신느 찬가>는 그의 학창시절의 말기인 1865년에 작곡되었다.
여기서는 현악기군과 오르간과 하프를 위한 존 루터의 편곡을 통해 감각적으로 되살려 진다.
이 작품의 형식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주음형의 줄기로 조여지고,
이에 대해 합창이 폭넓은 화음을 구사하는 것이지만, 그 어디에서도 지나친 엄격성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는다.
곡의 선율은 포레의 손길을 거쳐 높이높이 비상하고, 라신느가 로마 가톨릭의 성무일도를 번역한 텍스트엔 프랑스 가곡(melodie)
특유의 직관적인 성격이 부여되어 있다.
포레의 선율은 마지막 음이 다 사라진 후에도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3. PALESTRINA - Kyrie (Missa Papae Marcelli) - 자비송 (교황 마르첼리의 미사)
팔레스트리나(1525-1594)의 작품 가운데 <교황 마르첼리으 미사>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곡은 지나친 폴리포니(다성음악)로 인하여 텍스트가 자주 실종되어버린다고 논란이 일던,
당시 교회음악의 복잡성을 비판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답변으로 작곡된 듯이 보인다.
미사의 텍스트가 이런식으로 모호해진다고 누군가가 반론을 제기한 이유는 모략이었고,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팔레스트리나의 대응은 노랫말이 대위법의 복잡함 속에 전혀 상실되지 않고
보컬 라인속에 또렷하게 담기는, 그런 음악을 쓰는 것이었다.
그 결과 테너와 베이스로 나뉘는 풍부한 6성의 하모니를 이용한, 진솔하고도 호화로운 음악이 탄생되었다.
이 곡의 '키리에'는 전통대로 세 부분으로 나뉜다.
팔레스트리나는 '크리스테 엘레이손'을 위해 자신의 특징들을 축소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6성의 음악 전체에 걸쳐 미사전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유지시키고 있다.
4. MOZART - Ave Verum Corpus K.618
이 곡은 모짜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여섯달 전에 작곡된 가장 성스러운 종교음악으로 합창과 현악을 위한 곡이다.
이 곡의 스타일은 그 작법이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모짜르트가 짤츠부르크 대주교 밑에서 썼던
그의 초기 교회음악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초기의 미사 음악이나 베스퍼(저녁기도)에서의 화려함과 기교적인 과시가
여기서는 간략한 어조의 화성, 간결한 프레이즈와 구조, 아울러 한결 직접적인 표현 등으로 대치됨으로써
이 작은 곡은 특별한 깊이와 영적인 힘을 지닌 작품이 되고 있다.
5. BACH - Jesu Bleibet Meine Freude 예수는 나의 기쁨으로 살아계시니
바흐(1685-1750)가 <예수는 나의 기쁨으로 살아계시니>를 텍스트로 쓴 작품은
영어권 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흔히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곡이다.
그의 칸타타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BWV147 의 양끝을 장식하는 이 합창곡은 성모마리아의 방문 축일을 위해 작곡되었다.
마지막 합창의 고요하지만 기쁨에 찬 부분은 부단한 8분음표의 셋잇단음표로 된,
바이올린과 오보에의 끝없이 이어지는 선율에서 비롯되어 나오는데,
본질적으로는 목가적이지만 지그풍의 춤곡이라 해도 무방할 그런 곡이다.
이 선율과 대비되어 코랄이 한 소절 한 소절씩 합창으로 불려진다.
바흐의 가장 우아하고도 사랑스런 작품의 하나다.
6. RACHMANINOV - Ave Maria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가 그의 걸작 <성 요하네스 크리소스토무스의 전례>와 <저녁기도>를 썼을 때
그는 이미 러시아에서 굳건한 발판을 굳히고 있었고 유럽에서도 피아니스트와 지휘자 겸 작곡가로 널리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의 교회음악은 글링카, 르포프(아버지 및 아들), 투르카니노프 등에 이어,
풍부하면서도 보수적인 민족주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스타일에서 공통되는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러시아 성가의 영향을 어기고
러시아 교회음악에의 친밀함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다.
확실히 그의 교회음악에는 교회와 러시아인의 두가지 정신 모두를 포함하는 강력한 힘과 감동이 있다.
<아베 마리아>는 그의 작품 37의 <저녁기도>에 나오는 한 곡이다.
7. ELGAR - Lux Aeterna
에드워드 엘가(1857-1934)는 비교적 적은 양의 교회음악을 남기고 있다.
이 곡은 엘가의 가장 위대한 관현악곡의 하나인 <수수께끼 변주곡>의 '니므롯'을 존 카메론이 편곡한 것이다.
이 유명한 기악음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교회음악 전통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룩스 에테르나 - 영원한 광명의 빛>는 하나의 길고 자랑스러운 족보를 갖게 되는 것이다.
곡의 조성은 이제 엘가의 오리지널에 쓰인 E플랫 장조가 아닌 D플랫 장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관현악 버전의 풍부한 작법은 8성부의 보컬 편곡에서도 완전히 지켜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