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축하하며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신년 노래곡목들을 듣고 있노라니 유학시절 생각이 떠오른다.
그곳에서는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연주가 있었고,
그 가운데 인상 깊었던 곡인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의 ‘장 라신느의 찬가(Cantique de Jean Racine)’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이 곡은 현재 한국에서도 여러 합창 연주회나 또는 각 본당의 성가대에서 자주 부르는 곡 가운데 하나이다.
성당의 하모니움(건반악기의 일종)을 즉흥으로 연주하였고,
아홉 살의 나이에 파리의 에꼴 니더메이에르(Ecole Niedermeyer)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장장 10여 년 동안 그리스도교 성가와 르네상스 음악에 대하여 공부하게 된다.
그 음악들을 총괄할 음악감독을 양성하고자 설립한 학교로서,
프랑스 혁명 이후 약해진 가톨릭의 정체성과 성음악의 수준을 높이는 데 그 목표를 둔 음악원이었다.
또한 그는 30년을 파리의 마들렌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로 봉직한다.
그 기간 동안 성당의 어린이 합창단을 지휘했고,
동시에 이 합창단을 위한 종교적인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하늘과 땅의 영원한 날
고요한 밤으로부터
우리는 침묵을 깹니다.
저희에게 눈을 돌리소서.
강한 은총의 불을 저희에게 베푸소서.
모든 지옥의 형벌이
당신의 목소리로 사라지기를
이 생기 없는 영혼의 잠을 흩으소서.
이 신실한 민족을 돌보소서.
당신을 찬양하도록 이 시간 모여있는.
당신의 불멸의 영광을 찬양하는 노래를.
당신의 가호를 가득 채워주소서.
처음엔 합창과 피아노 또는 오르간으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했으나,
1866년 현과 오르간 반주로 다시 편성하여 초연되었다.
프랑스어로 바꾸어 여기에 곡을 붙여 프랑스어 고유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음악 안에서 표현하였다.
그 무렵 나는 브람스, 말러, 바그너 등 독일 작곡가들의 규모가 큰 곡들을 공부하다가
프랑스 작곡가들로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그때 처음 만난 작곡가가 포레였다.
그런데 포레는 그것이 나의 완전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눈이 번쩍 뜨이게 깨닫게 해주었다.
종잡을 수 없이 무한한 방향성을 가진 프랑스 화성의 색채감은 큰 혼란을 안겨주었다.
나의 착각을 뒤늦게 반성하며,
날마다 학교 연습실에서 그의 멜로디와 화성을 분석하고 외웠던 기억이 웃음 짓게 한다.
이는 그가 텍스트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데 굉장히 능력 있는 작곡가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들렌 성당에서의 오르간 연주자 임무는 평생을 통해
그의 신앙심을 고취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퀴엠(Requiem)’ 역시 그의 종교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우리는 말로 지어진 가사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님을 향한 갈망과 찬미를 몇 곱절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도 주님을 향한 같은 찬미를 드리며
그것이 음악을 통해 더욱 보편적인 정서로 나타나고 전해진다.
우리 자신의 내면을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명상적인 이 곡의 흐름은
새해를 맞은 우리 모두에게 밝은 희망과 소망을 주님께 간구하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마치고, 유학하여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졸업하였다.
현재 세종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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